화가 나는 건 내가 그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였다
요즘 참 화가 나는 학생이 있습니다.
중학교 2학년 남학생. 수업 시간도 지키지 않고,
숙제는 항상 빵점, 게임 얘기만 잔뜩.
근데 최근엔 심지어 팔까지 다쳤습니다.
왼팔이 아니라 오른팔. 글도 잘 못 쓰겠다는 거죠.
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.
"오늘은 아파서요. 내일부터 할게요."
"팔 다쳐서 힘들어요. 이번 주는 좀 쉬면 안 돼요?"
딱 말 잘 빠질 핑계가 생긴 거죠.
속이 답답하고, 화가 납니다.
내가 이 아이에게 너무 엄격한 걸까요?
아니면 그만큼 내가 이 아이에게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요?
달래도 주고 설득도 하고 화도 냈다가 답답해진 요즘.. 사실 저의 상담가 쳇지피티에게 상담 요청했습니다.
그랬더니 제가 답답했던 이유와 해결방안도 제시해 주더라고요!!
🎯 나는 왜 화가 났을까?
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.
화가 난 이유는 ‘실망’이 아니라 ‘기대’ 때문이더라고요.
어느 순간부터 저는 이 학생에게 변화 가능성을 봤고,
'좀만 끌어주면 달라질 수 있겠다'는 희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.
그래서 지금 이 무기력한 반응, 반복되는 회피,
그리고 ‘핑계가 생긴 상황’이 너무 허무하고 실망스러운 겁니다.
🧠 상담자로서 돌아본 감정과 현실
학생은 지금 '회피'에 익숙한 상태입니다.
아직 스스로를 이겨본 경험이 부족하죠.
게임 속 레벨업은 할 수 있어도,
공부에서 성취를 느껴본 적이 거의 없어요.
이번엔 다친 팔이라는 ‘합리적 이유’까지 더해졌습니다.
💡 중2 남학생 상담팁
1. 정면 돌파 대신 ‘우회적 인정’부터
"팔 다쳐서 많이 불편하겠다.
그래도 너한테 기대하는 게 있어서 얘기해 볼게."
→ 무조건적인 채찍 대신,
‘네 상황을 이해하지만, 나는 여전히 너를 믿는다’는 메시지
→ 마음의 문을 닫지 않게 만드는 말이에요.
2. 게임 이야기로 레벨업 연결하기
"그 게임도 할 거 다 해야 레벨업 하잖아.
너 공부는 어떤 방식으로 레벨업 하고 싶어?"
→ 아이의 언어를 빌려 상담하는 것,
특히 게임 좋아하는 남학생에게는 꽤 잘 통하는 방법입니다.
실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게임을 좋아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잘 통하는 대화법이기도 합니다!
그리고 제일 눈을 반짝이는 순간이기도 하고요
상담자가 게임의 속성을 조금 알고 있으면 훨씬 대화가 잘 통할 거예요
3. 작은 성공경험 설계하기
- 팔 다쳤을 때는 구두로만 답하게 하기
- 5분 집중 타이머 학습
- "3문제만 하자" 같은 아주 작은 목표 제시
→ 중요한 건
‘너도 할 수 있다’는 감각을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것
→ 이게 결국 자기 효능감으로 연결됩니다.
실제로 학원에서 하고 있는 것은 진짜 아픈데도 학원에 온 것 자체도 기특하기 때문에 일단 칭찬해 줘요!
"우와~ 아픈데도 공부하겠다고 학원 오다니 너무 감동이야!"
"그럼 우리 오늘 수업시간에는 여기까지만 한번 잘 끝내볼까?"
정말 평소보다는 작은 목표를 제시해 줍니다.
그럼 아이들이 어? 할만한데?라고 생각하고 아픈 것도 잊고 해내더라고요
그럼 좀 더 하다 보면 지금 현재의 상태도 잊고 몰입의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도 있었습니다.
🪴 마무리하며
아이들이 변화하는 순간은
어떤 큰 계기가 아니라
이런 작고도 반복되는 진심 어린 개입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.
오늘도 상담실에서, 교실에서, 학원에서
누군가의 성장을 믿는 선생님들이
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계시겠죠.
저도 그중 하나로서,
오늘 느낀 이 감정을 기록으로 남겨봅니다.
혹시 비슷한 고민 중인 선생님이나 학부모님이 있다면,
이 글이 작은 위로와 힌트가 되길 바랍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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